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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어머니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2-03-30 00:00 | 6,558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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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기만한 제가 신앙체험이란 이름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사람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음을 보시고, 여러분도 용기를 내어 신앙체험에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가족은 시부모님과 남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입니다.  저는 한가정의 맏며느리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게 마련이고,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린나이에 결혼하여 시부모님과 살다보니 서로가 이해부족으로 인하여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집 가까이에 000성당이 있었기에 답답한 마음이라도 위로 받고자 성당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1993년 5월 부활절에 영세를 받고, 그 이듬해에 견진성사도 받게 되었습니다. 신 영세자 때라 아는 것이 없었지만, 주일에만 미사를 한다면 저의 신앙생활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차에, 주위의 권유로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고, 레지오 단원들과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바가 많았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을 뵈면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오히려 그분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나의 마음의 병도 치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도 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변화되어 가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변화되어 갔던 것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저의 마음이 변화되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의 기쁨이 주님께서 주신 첫 번째 은총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껏 마음에 간직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1996년에 00동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000성당과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저희 앞집에 사시던 반장님의 손에 이끌려 이사한지 1년 만에 반장 직을 맡게 되었고, 8년이 넘도록 반장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한 번도 못해보던 반장을 원 없이 한다며 남편이 놀리기도 하지만, 제가 지금껏 할 수 있었던 것은 형님, 어머님뻘 되시는 반원들께서 도와주시고, 격려 해주셨기에 가능했고. 3년 동안의 성서공부도 저희 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반은 어머님, 아버님께서 점심식사를 마치시고 노인정으로 외출하셨을 때 해야 했기 때문에 오후에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원들께서는 싫어하는 기색 없이 와 주셨습니다. 애기를 들쳐 없고 오시는 분도 계셨고, 안경을 끼고도 글씨가 잘 안보이면서도 끝까지 읽으시는 모습을 보며 그 정성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는 열심히 본당일 을 하면서 성당을 다니고 있었지만, 항상 제 마음속에는 무거운 십자가가 저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결혼생활과 시작된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저는 지쳐가기 시작했고, 사소한 것에 마음상해 하는 제가 한없이 싫었고, 그럴 때마다 저는 기도했습니다. “주님, 어머니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고요. 그러던 중 올해 본당에서 사순시기 즈음하여 성령세미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밤에 나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어느덧 시집살이에도 연륜이 붙었는지 베짱 아닌 베짱이 생겼습니다. 아니 이미 주님께서는 어머니와 저를 인도하고 계셨습니다. 성령세미나를 받으면서 저는 회개의 눈물도 흘렸고, 내 마음 속에 무엇을 담고 살았는지 묵상도 하게 되었으며, 교육받는 6주 동안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6주째 되었을 때, 특명이 내려졌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미움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발을 씻어 주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어머니의 발을 닦아 드려야 하니까요. 며칠을 고민 끝에 가족들이 외출한 후에 용기를 내어서 따뜻한 물을 세숫대야에 받아서 어머님께 다가갔습니다. 무릎을 꿇고 소파에 앉아 계신 어머니의 양말을 벗겨 드리자 갑작스런 며느리의 행동에 놀라셨습니다. “어머니, 저 요즘에 교육 다니는 거 아시죠?
거기에서 가장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발을 씻겨 드리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님께 제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저의 이 말에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니?” 하시며 어머님도 저도 눈시울이 젖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나간 서로의 잘못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고부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 베드로의 발을 씻겨 주셨던 주님의 사랑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머님은 저의 주님이셨습니다. 어머님의 발 씻겨드림은 곧 제 마음의 회개의 때를 씻어버리는 것이었고, 며느리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아물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어머님께서는 노인교리를 받게 되셨고, 올해 9월4일 마리아란 이름으로 영세도 받으셨습니다. 지금은 어머님과 함께 미사에도 참례하고, 묵주기도도 같이 바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꿈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세례를 받기는 하였지만,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쉬고 있는 아들 녀석과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차일피일 세례를 미루고 있는 남편과 완고하시기만 하신 시아버님을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남보다도 가족을 영세시키는 일이 가장 힘들다지요? 하지만 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불러 주셨고, 어머님을 불러 주셨듯이 한 사람, 한 사람 부르실 테니까요. 여러분도 한 번 해 보세요. 형제님들은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살림하는 아내의 발을, 자매님들은 온갖 상사의 잔소리를 감수하며 가족을 위해 일하는 남편의 발을 씻겨 드려보세요. 분명히 가슴 뭉클한 감동과 사랑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어머니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는 저의 기도에 이렇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것이며, 내가 변화되어야 함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아무리 쉬운 것도 쉽게 가르쳐 주시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 얻는 것이야 말로 온전히 저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지금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시다면 주님은 분명 여러분을 주님의 자녀로 삼으시기 위해 단련시키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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