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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심리 전문가

작성자 삽다리
작성일 15-02-27 00:00 | 5,901 | 0

본문

<악마와의 계약 이야기>
어느 날 루까노르 백작이 빠뜨로니오 에게 물었다.
"빠뜨로니오, 점술과 예언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를 잘
이용하면 미래도 알 수 있고 재산도 늘릴 수 있지 않겠소?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이라고 실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소. 당신은 현명하니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조언을 좀 해주시오."

 "백작님, 어떤 가난뱅이에게 있었던 일화를 들려드리지요."

 옛날에 한 가난뱅이가 살고 있었는데, 너무 가난해서 입에 풀칠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그도 예전에는 떵떵거리는 부자로 살았었지요. 백작님도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서 부자로 살다가 가난뱅이가 되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과거에 부자였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지요. 어느 날 그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신세타령을 하면서 산길을 걷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악마 하나가 앞에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악마는 그 가난뱅이가 괴로워하는 이유를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모르는 척 가난뱅이에게 왜 괴로워하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가난뱅이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으면서 왜 묻느냐고 대뜸 화를 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악마는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했지요. 그리고는
자신의 능력을 믿게끔 하기 위해 가난뱅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아 맞추었 답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예전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답니다. 물론
사람이 아닌 악마였기 때문에 그 일을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지요.

가난뱅이는 상대가 악마라는 사실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지만 자기 처지를 생각해
보고는, 부자로만 만들어 준다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백작님, 원래 악마라는 놈은 속이기에 가장 적합한 때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희생물에게 접근하는 법이지요. 다시 말해 악마는 희생물로 삼은 사람이 가장
궁핍하거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다가가 그를 이용하지요. 마찬가지로 이
가난뱅이에게 악마가 찾아간 것도 그가 가장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들 사이에는 계약이 이루어졌고, 그 후 가난뱅이는 악마의 종으로
전락했습니다. 악마는 계약이 맺어지기가 무섭게 가난뱅이에게 도둑질을 시켰지요.
그러면서 말하기를 아무리 굳게 닫혀 있는 문이라도 열리지 않는 문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거든 자기를 부르라고
했습니다. '도와주세요, 마르띤.’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즉시 나타나 위험에서
구해주겠다고 했지요.
모든 것이 악마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가난뱅이는 칠 흙
같은 어둠을 틈타 어떤 부유한 상인의 집을 털기로 했답니다. 원래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빛을 싫어하는 법이지요. 상인의 집에 도착하자 출입문과 보물이 담긴
궤짝의 문이 악마의 힘에 의해 열렸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훔칠 수
있었지요.
그날 이후로 그는 끊임없이 도둑질을 하였고, 그래서 가난했던 지난날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을 모으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악마에게서 들은 구절은 읊조렸지요. 그러자 악마는 어디서 왔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답니다. 악마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이제는 미친 듯이 도둑질을 해댔습니다. 하지만 또
경찰에게 붙잡히고 말았답니다. 그는 또 악마에게 구원을 요청했지요. 하지만
악마는 예전처럼 그렇게 빨리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악마는 경찰이 조사를 얼마간
진행하고 있을 때야 나타났던 것입니다. 악마가 나타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 마르띤. 내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아십니까? 이번에는 왜 그리 오래
걸렸지요?”
 이 말을 들은 악마는 그간 너무 바빴다는 말만 하고는 위험에서 그를
구해주었습니다.

 악마가 보호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 그는 그이후로도 도둑질을 멈추지 않았고
그러다 또 다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그가 감옥에 갇히고 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다시 악마의
도움으로 왕에게 상소를 올려 풀려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 후로도 그의 도둑질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에는 붙잡혀 교수형을
선고받았답니다. 악마는 그가 교수대에 올리어졌을 때에야 보습을 드러내었지요.
악마가 나타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르띤, 왜 이리 늦었어요. 난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 다구요.”
 그 말을 듣자 악마는 도둑에게 보따리 하나를 주면서 그 속에는 오백 마라베니의
돈이 들어 있으니, 재판관에게 몰래 건네주면 곧바로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그는 악마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재판관이 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지요. 하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목을 옭아맬 줄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줄은 찾기 시작하였고,
도둑은 그 틈을 이용해 재판관에게 보따리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러자 재판관은
보따리를 슬쩍 건네받고서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당신들 중에서 교수형을 집행하는 데 줄이 없어지는 것을 지금껏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습니까? 이것은 틀림없이 신의 뜻일 겁니다. 신이 저
사람의 죽음을 원치 않아 우리로 하여금 줄을 찾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무죄일 것이니 집행을 내일로 연기하고 그동안 사건을 좀더 엄밀히
조사해 봅시다. 그러고 나서 형을 집행해도 늦지는 않을 겁니다.”

 재판관은 그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따리
속에 오백 마라베니의 돈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따리를 여는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속에는 돈이 아닌 교수용 줄이 놓여 있지
않겠습니까? 화가 난 재판관은 즉시 사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했답니다.

 교수대에 올라 목에 줄을 걸고 있을 때, 악마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가난뱅이는 또
다시 악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지요. 하지만 악마는 이전에는 같이 일할 친구들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많다는 말만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악마의 임무는 끝났다);
 그렇게 해서 그 가난뱅이는 악마 때문에 몸과 영혼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백작님. 악마가 하는 일은 모두 나쁜 결말을 초래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예언자니 점쟁이니 요술쟁이니 하는 자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나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제 말을 믿기 힘드시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미신을 좋아했던 알바르 누녜스나, 가르실라소(역주:
 16세기 스페인 최고의 시인);의 종말이 어떠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백작님, 재산을 늘리고 싶으시거든 점술이나 예언 같은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땀과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미신과 우연에 자신을 의탁하는 사람은 비참한 삶과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 악마는 심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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