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임금님이 시골마을을 지나다가 한 목동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그 목동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평화로운 것이 평소 다른 신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능력보다도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임금님은 그를 나라의 재상으로 등용을 했습니다. 재상이 된 목동은 성실하게 일을 잘 처리해 나갔습니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개 목동이 재상이 된 것도 불만스러운데다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니 자신들의 처지가 곤란했던 것이었습니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쫓아내기 위해 모함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재상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몰래 따라가 보니 광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한참동안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신하들은 임금님께 재상이 청렴한 척하면서 아무도 몰래 항아리 속에다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다고 일러바쳤습니다. 화가 난 임금님이 재상을 앞세우고 신하들과 함께 그의 집을 찾아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광속에 있는 항아리를 열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항아리 속에 들어있었던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에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뿐이었습니다.
“저는 본래 목동이었습니다. 임금님의 은혜로 재상이 되었지만 제가 목동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따금씩 제가 입고 있던 옷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도 재상을 헐뜯는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해 때때로 시골집을 찾아 항아리를 열어보았던 목동. 늘 처음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짐하는 마음이 귀한 마음입니다.
2014년 1월 12일, 대구주보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