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올해 00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입니다. 수능성적 때문에 지원한 이 학교가 알고보니 개신교 재단의 학교여서 지도 교수님께서 모든 학생들에게 ‘침례’라는 것을 받으라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인 저는 그런 요구가 싫지만 선배님들이나 교수님이 침례를 받아야 학교 생활도 편해진다니 갈등이 생깁니다.
답 : 학생이 입학한 대학은 아마 침례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인 듯 합니다. 개신교의 여러 교파들 중 하나인 침례교에서는 일종의 특수 행위로서의 ‘침례’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그들에게 침례는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던 그 모습대로 몸을 물 속 깊이 담그는 예식을 통한 세례로 강조되지만, 이 침례는 하느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는다는 의미보다는 교회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침례교에서 운영하는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 침례를 요구받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학교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침례를 받는 것이 좋다는 식의 협박과도 같은 말은 각 사람이 인간성의 본 모습으로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양심과 자유에 대한 일종의 폭력이라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이는 분명히 인권으로서의 양심의 자유이며, 또한 종교의 자유입니다. 우리나라의 헌법도 당연히 보호해 주는 이 자유는 각 사람이 개인이나 사회적 단체, 어떤 인간적 권력에 의해서도 강제되지 않을뿐더러,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그 누구도 자기의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을 수 없습니다.
학생이 다니는 대학교도 학생들을 종교 문제로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 그 학교 내의 몇몇 소수의 빗나간 신앙 태도 때문에 그 대학의 설립 의도라든가 좋은 이념들이 퇴색되고 있다면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렇지만 문제는 오히려 학생에게 갈등을 야기시키는 외적인 문제보다는 학생 자신의 내적인 신앙 문제라고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에서처럼 학생 자신이 좀더 편한 학교 생활을 위해 천주교와 침례교 사이의 갈등을 겪고 있다면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신앙 생활 전반을 점검해 보면서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많은 노력일 것입니다. 비록 주위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혹은 압력으로 침례교로 개종할 것을 요구받는다해도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면서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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