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작년부터 성소모임에 다녀 수녀원으로부터 입회를 허락받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으로부터 매우 큰 반대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가톨릭 신자여서 부모님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성소를 준비했는데 결국 부모님과 동생의 반대에 제가 결심을 꺾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집을 뛰쳐나오지 않고서는 수녀원에 입회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가 없더군요. 제게 성소가 없는 걸까요?
답 : 그리스도를 가장 철저하게 따르기 위한 삶의 한 방법인 수도 생활에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입니다. 온갖 가치 질서가 뒤바뀌고 세속적 기준이 모든 것을 평가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하느님 나라를 위한 철저한 가난과 순명 그리고 정결이라는 복음적 권고를 따르기 위해 세속적인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매님께서도 수도 생활을 위한 주님의 부르심에 성서의 여러 예언자들처럼 많은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었겠지요. 아마 자매님께서는 그러한 망설임과 두려움 혹은 내적인 여러 장애들을 극복하고 제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시간 이후에 이제 주님의 도우심으로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려고 하는 이 때에 예기치 않게 부모님을 비롯해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지요.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는 이유는 아마 수도 생활이 인간적인 재미나 기쁨이라고는 전혀 없는 애처로운 생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이유이거나 혹은 “내 딸이 그 어렵다고 하는 수도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한 염려 때문일 것입니다. 자매님께서 성소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오랜 기도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부모님께도 그러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미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 부모님의 동의를 구하려고 했다면 그리 지혜로운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자녀의 인생과 미래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 자기 자식의 성소 결정 과정에 결코 제 삼자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부모님께서 세차게 반대하시기 때문에 성소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부모님께서 이해와 축복을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진지하게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매우 필요하고, 또한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꾸준히 성소 지도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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