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는 꼭 주일미사에만 해당하는지요? 예를 들어 주일에 거행되는 혼인 미사나 장례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주일미사 참례의 의무를 대신할 수는 없는지요?
답 :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곧 주일(主日)은 주님의 날이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 모두가 주님의 날을 거룩하게 지내도록 가르치고 있고 그 이유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이날 암흑의 죽음으로부터 영광스럽게 부활하심으로써 죄의 어둠을 헤매는 인간에게 빛을 던져주셨고, 이에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는 그리스도로부터 얻은 새 생명에 기뻐하고 또 감사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은 다음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들이 주님의 날을 어떻게 지냈는지를 우리에게 잘 알려 줍니다. “안식일 다음날 우리는 주의 만찬을 나누려고 한자리에 모였다.”(사도 20,7) 안식일 다음날이 곧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함께 모여 주님의 성찬, 곧 오늘날의 미사를 거행한 것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성찬을 거행함으로써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를 기념하였고, 이 거룩한 신비로써 이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에 거행된 주님의 성찬은 또한 신자들이 공동으로 모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들이 공동으로 모이는 방법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정신이 공동체 안에 충분히 살아 움직일 수 있었으며, 이러한 정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누룩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주일 미사에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은 6세기부터 생겨났고, 오늘날의 교회법도 모든 신자는 주일과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그리고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에는 당일이나 그 전날 저녁의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생활하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주님의 이 거룩한 신비인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생활화하고 또 선포한다는 데에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렇게 주일 미사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주일에 거행되는 혼인미사나 장례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주일 미사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주일과 미사의 의미를 충분히 되새기고 미사에 참례하는 마음의 자세일 것입니다.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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