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낙태는 어떠한 경우라도 안되나요?
낙태를 살인행위로 알고 있습니다만 기형아 출산이 예상되는 경우는 인정되는지요? 그것이 비록 옳은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모자보건법은 그런 경우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답 : 가톨릭 교회는 인간의 생명은 그 시작부터 하느님의 창조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성한 것이고, 그 생명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오직 하느님만이 그 주인이시라고 가르칩니다. 출산 전의 태아라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의 인격체이며, 인권을 가진 인간입니다.
비록 태아가 기형아이건 혹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라 하더라도 태아를 죽음으로 선고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일 기형아이기 때문에 낙태가 인정되어야 한다면 이는 분명 강한 자들의 논리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약한 자들은 이 사회에서 언제나 짓눌려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회는 나보다 힘이 약한 사람에게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네가 나를 위해 죽어주어야 한다”는 강변이 통하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해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옳습니다. 낙태의 경우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허용된다는 표현보다는 낙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요. 그 경우가 곧 태아 때문에 산모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로서의 낙태가 윤리적으로 인정될 뿐 그 외의 어떤 경우도 낙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혹은 인간학적 이유라 하더라도 무고한 인간 생명을 죽이는 것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법이 허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허용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모자보건법이 장애아 임신 등 몇 가지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윤리적인 정당성을 갖지 못합니다. 인간생명을 직접적이고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들을 법에서 인정한다는 것은 모든 인권의 원천인 생명권을 무시하는 중대한 불의입니다. 왜냐하면 공권력은 윤리적 질서, 곧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1998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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